CEO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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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 세운 현대토건사에서 시작한 현대건설 78년 자부심, 이한우 "100년 기업으로"
-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가운데)이 2025년 5월23일 창립 78주년 기념으로 열린 임직원 배구대회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대건설> 100년 기업. 기업을 하는 이는 누구나 원하는 바람이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2025년 5월23일 현대건설 창립 78주년을 맞아 열린 '더 원 페스티벌'에서 100년 기업을 꺼냈다. 이번 행사는 현대건설 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임직원이 현대건설 대표 역작을 투표로 선정하는 '레전드 of 현대건설', 현대건설 배구단과 임직원이 참여하는 본부대항 배구대전, 임직원 모두가 어우러진 치얼스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로 결속력을 다졌다. '레전드 of 현대건설'에서는 임직원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현대건설이 건설한 자랑스러운 역작 10선을 선정했는데, 1위는 카타르 국립박물관, 2위는 남극 장보고기지, 3위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이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1947년 5월25일 고 정주영 회장이 설립한 '현대토건사'에서 시작됐다. 국내외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한국을 대표하는 건설사다. 이한우 부사장은 1970년생으로 서울 보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건축사업본부 건축기획실장(상무), 주택사업본부 건축주택지원실장(상무), 전략기획사업부장(상무), 주택사업본부장(전무)을 지냈다. 2024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25년 1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건축과 주택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건설 전문가로 평가된다. 이한우 부사장은 현대건설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현대건설의 외형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2021년 18조655억 원이던 매출액(이하 연결기준)은 2022년 21조2391억 원, 2023년 29조6514억 원을 거쳐 2024년에는 32조6703억 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7046억 원의 흑자가 났던 영업이익은 2024년 1조2634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건설업계를 괴롭히고 있는 원가 상승과 내수·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사우디아라비아 현장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인도네시아 및 사우디 현장 등 해외 플랜트 현장의 일시적 손실 요인을 한 번에 대거 반영한 탓이다. 이한우 부사장은 진행되고 있는 도시정비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한편, 에너지 분야 신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4년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설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소형모듈원전(SMR) 수주와 수소 에너지 생산기지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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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욕의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대형 화재, 중대재해처벌법 조사 받던 정일택 "깊이 사죄"
-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왼쪽)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이틀째인 2025년 5월18일 광주공장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이 5월18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현장에서 직원과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번 화재는 5월17일 오전 7시11분께 소방당국에 신고됐다. 불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내 2개 구획 중 서쪽 공장(2공장)의 고무 정련 공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꽃이 튀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불로 2공장의 50∼60%가 소실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대량의 가연성 물질과 구조적 문제로 진화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불 진화 작업은 화재가 발생한 지 3일째인 19일 오전에야 완료됐다. 다만 잔불이 곳곳에 남아 있어 완전 진화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광주 지역산업을 상징하는 곳으로 꼽힌다. 금호타이어의 국내외 8개 공장 중 가장 역사가 깊다. 1960년 광주 서구에 삼양타이어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장이 들어섰는데, 기아차 광주공장의 전신인 아시아자동차보다도 빠르다. 1974년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했다. 금호타이어의 제품 생산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금호타이어는 최근 수년간 국내외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부실한 안전관리에 대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2024년에는 총 4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 내용을 보면, 2024년 4월10일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유지보수 작업 중 기계가 작동하는 바람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또 같은 달 곡성 공장에서도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같은 해 7월에는 광주공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지게차에 실린 고무가 쏟아지는 바람에 보행 중에 깔려 숨졌고, 8월에는 광주공장에서 발전기 배전반을 점검하던 60대 하청 노동자가 감전사고로 사망했다. 연이은 사고 때문에 정일택 사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사측이 설비 안전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광주공장의 경우 시설 노후화가 심각한데도 시설 개선과 현대화에 늑장을 부렸다는 주장이다. 연이은 사망사고 이후 대형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회사 쪽은 전사를 아우르는 신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 적극 실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화재 규모가 컸던 만큼 공장 기능을 크게 상실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의 필요성은 도심 팽창과 시설 노후화, 주민 민원 등의 이유로 이전부터 제기돼 왔으며, 회사와 광주시가 2019년부터 본격 추진해 왔다. 금호타이어는 2022년 광주시에 공장 용도변경 계획 등 이전 방안을 제출했다. 2024년 10월에는 함평 빛그린산단 50만㎡를 1161억 원에 매입하기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계약했다. 다만 공장 이전이 본격 추진되려면 현 공장부지의 용도변경과 관련해 광주시와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해 광주시와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 쪽은 1조2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광주시가 먼저 상업용도로 변경해 줘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광주시는 부지 매입 계약 수준을 넘어 공장 착공 계획 정도는 나와야 용도변경 협상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막대한 부동산 이익에 따른 특혜 논란과 '먹튀' 가능성 때문이다. 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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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혁신 목마른 신동빈 이제 성과를 원하다, "혁신으로 만든 성과가 모여 성장동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네 번째)이 2025년 5월12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5 롯데 어워즈' 행사에서 롯데웰푸드 글로벌전략부문에 대상을 수여하고 이창엽 롯데월푸드 대표(왼쪽 세 번째) 등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25년 5월12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5 롯데 어워즈' 행사에 참석해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축사를 통해 "혁신으로 만들어낸 많은 성과가 모여 그룹의 미래를 이끄는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아이디어와 도전으로 오직 롯데만이 가능한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이뤄진 계열사들의 성과를 시상하고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대상은 한국 식품사 최초로 인도에 진출해 신규 브랜드 도입 등의 성과를 낸 롯데웰푸드 글로벌전략부문이 수상했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혁신'과 '쇄신'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2024년 이후 그룹의 위기설이 제기돼 온 가운데, 계열사들의 근원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1월9일 '2025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 사장단 회의)'에서는 "2024년은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라며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그룹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신 회장은 그룹의 본질적 쇄신을 위해 CEO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올해의 경영 방침으로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2024년 7월19일 열린 '2024 하반기 VCM'에서는 16개 스타트업의 혁신기술을 소개하는 '2024 롯데 인베스트먼트 쇼케이스'를 함께 개최했다. 이날 VCM에서는 모든 경영진이 롯데호텔월드 회의장 옆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스타트업들의 제품·기술을 체험하며 설명을 듣고 나서 회의에 참석하도록 했다. 경영진이 스타트업의 혁신 DNA를 경험하고 신규 사업과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신 회장은 2025년 4월, 직무급제를 모든 계열사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직무급제는 맡은 업무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보상체계다. 일하는 방식에 '혁신'을 도입하고 일하는 문화를 '쇄신'해 그룹 전체의 체질을 개선하고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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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 해킹사고 엄중하다' 최태원의 무거운 사과, "경영진 모두가 뼈아프게 반성"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5년 5월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사이버 침해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해킹 사고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사과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9일 만이다. 최태원 회장은 2025년 5월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사이버 침해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최근 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로 고객과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초래했다. SK그룹을 대표해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최 회장은 SK그룹사들의 보안을 강화하고 정보보안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SK텔레콤은 앞서 4월19일 홈 가입자 서버(Home Subscriber Server) 시스템 해킹에 따른 악성코드 감염으로 가입자 유심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최 회장이 이 사고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사과한 만큼 SK텔레콤의 사고 후속 조치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고 재계 오너 2~3세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위상을 감안하면 계열사의 사고와 관련해 직접 나서 사과하고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앞서 2022년 10월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같은 해 10월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이 화재로 이곳에 전산시설을 두고 있던 카카오와 네이버의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SK C&C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 내 무정전전원장치(UPS)에 연결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SK 계열사인 SK온에서 공급한 것이었고, 당시 데이터센터는 배터리 온도 등을 모니터링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갖추고 있었으나 화재 발생 직전까지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 이 화재로 카카오톡, 다음 등 카카오의 서비스가 나흘 동안 중단됐다. 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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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심 해킹' SK텔레콤 책임 이상의 요구에 직면한 유영상 "다시 한번 기본에 충실한 기업으로"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SK T타워 슈펙스홀에서 열린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에서 최근 해킹 사고와 관련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2500만 명의 가입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사건이 발생한지 7일 만이다. 다만 유 사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유심 무상 교체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와 관련된 잡음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특히 SK텔레콤 대리점에서 보유한 유심이 부족해 유심을 교체해주지 못하는 '유심 대란'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SK텔레콤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유심 대란이 발생하면서 중고거래플랫폼 '당근마켓'에 유심을 1장에 15만 원에 판매하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 유심 해킹 사태를 악용한 피싱이나 스미싱 등 사이버 사기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유심 무상 교체', '유심 보호 서비스'로 속여 외부 사기 사이트 접송을 유도해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사태가 확인됐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사이트 접속을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내기도 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유영상 사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유영상 사장이 최근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인공지능 관련 사업 투자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보안 투자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정보보호 공시 종합포털에 따르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2024년 집행한 정보보호 투자비는 합쳐서 867억 원이다. 경쟁사인 KT가 2024년 같은 분야에 1217억 원을 투자한 것보다 약 28.8% 적은 금액이다. 보안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SK텔레콤에 가입돼있는 직원들에게 유심을 교체할 것을 권유했다는 사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하락하면서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탈하는 SK텔레콤 '엑소더스'도 나타나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26일 하루동안 KT,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을 실행한 SK텔레콤의 가입자 수는 1665명이다.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고객의 수는 집계되지 않았다는 것을 살피면 실제로 SK텔레콤에서 빠져나간 가입자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해킹 사태가 발생하기 전 4월 하루 평균 SK텔레콤 가입자의 순감 수가 100명 정도라는 사실을 살피면 이번 해킹 사태로 고객 이탈의 규모가 16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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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방산 유럽 방산기업의 안마당 지키기 뚫는다, 김동관 "NATO 신뢰받는 협력자 되겠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이 2024년 10월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을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에 대한 환영행사에 참석한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 현지 방산기업들이 안마당을 지키기 위한 장벽을 쌓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유럽에서 방산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 김 부회장은 2024년 10월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에서 열린 폴란드 대통령 방문 환영 기념행사에서 폴란드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신뢰받는 협력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분기점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한국 방산기업의 유럽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최근 유럽 현지의 방산기업들의 견제도 강화돼 주목된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유럽 주요국들은 방위산업 주권 강화를 위해 공동개발 및 공동조달 체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한국산 무기체계의 시장 진입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유럽방위청(EDA)은 지난해 연례보고서에서 유럽산 무기 공동조달 확대를 핵심과제로 꼽고 국방력 강화를 위한 비유럽연합 지역으로부터 무기공급 의존을 줄이려는 정책방향을 공식화했다. 방산물자 조달 과정에서 유럽우선주의와 공동표준을 도입하면서 비유럽산 무기체계 도입을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차세대 전차(MGCS)와 전투기(FCAS) 같은 유럽내 공동개발 프로젝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경계할만 하다. 독일은 2024년 12월부터 방산수출 전담기관인 '무기수출지원청'을 신설할 구상을 갖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독일과 프랑스의 유럽우선주의 원칙은 유럽 안의 나라들의 방산물자 구매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꿈꾸는 이른바 '한국의 록히드마틴'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력 방산제품인 K9 자주포를 도입하려고 검토했던 크로아티아가 프랑스 세자르의 자주포와 독일 라인메탈의 레오파트 전차 도입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더구나 지난해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영접했던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임기가 올해 8월 만료돼 한화그룹으로서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의 반독일성향 법과정의당(PiS) 소속인데 정권이 교체될 경우 한화그룹과 폴란드의 협력관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나오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유럽 현지에 방산물자 생산시설을 짓거나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유럽기업으로 인정받는 경영전략을 꾸려가는 것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도 이런 일련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WB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대안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일부 유럽연합 회원국은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은 방산업체의 입찰을 배제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다가 유럽에 생산시설을 두더라도 높은 인건비와 강력한 노동규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런 어려움을 순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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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회장 구광모가 소환한 트럼프 1기 출범 때 선대회장 구본무 신년사 "과거의 성공 방식 의미 없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17년 1월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새해인사모임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LG >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구 회장은 2024년 3월27일 창립 78주년을 맞아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그룹 전체에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일부 사업의 경우 양적(量的) 성장과 조직 생존 논리에 치중하며 경쟁력이 하락해 기대했던 포트폴리오 고도화의 모습을 만들어 내지 못했고 이런 모습이 그동안의 관성이었다"며 "박감을 갖고 과거의 관성, 전략과 실행의 불일치를 떨쳐내라"고 주문했다. 구 회장은 이날 트럼프 1기가 출범했던 2017년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신년사를 공유하며 LG그룹의 생존을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음을 강조했다. 앞서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은 2017년 신년사를 통해 사업구조 고도화 속도를 높이고 환경 변화에 앞서갈 수 있도록 경영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구본무 회장은 트럼프 정부의 자국중심주의, 보호무역에 대비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2017년 3월엔 미국 테네시주에 매년 세탁기 12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2019년 준공된 테네시 세탁기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지능형 자율 공장'이다. 2개의 생산 라인에서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10초에 한 대씩 생산한다. 최근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공장의 규모를 확대하겠단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3월25일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 정비 작업이나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면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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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김남구 "한국 주식시장은 한투가 장래 맡길만한 영역 아니다"
-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2023년 9월14일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과연 한국투자금융그룹을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까? 김 회장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을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키우기 위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 미국 종합금융사 스티펄파이낸셜 등과 함께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에는 칼라일그룹과 대출담보부증권(CLO)를 선보였다. 대출담보부증권은 은행이 기업에 대출한 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일종이다. 스티펄파이낸셜과도 같은 해 조인트벤처 'SF크레딧파트너스'를 설립했다. SF크레딧파트너스는 미국 현지에서 인수금융과 사모대출(PD)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에 더해 김 회장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08년 베트남 현지 사무소를 개소했다. 1년의 현지 모니터링 결과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2010년 현지 증권사 EPS를 인수해 베트남 법인 'KIS베트남'을 세웠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2월 인도네시아의 단빡증권 지분 75%를 약 400억 원에 사들였다.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법인 PT Korea Investment & Sekuritas Indonesia를 설립했다.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자 하는 김 회장의 노력은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2024년 775억 원을 기록하며 2023년과 비교해 10.8% 증가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도 한국투자금융그룹이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김 회장과 뜻을 함께하고 있다. 김 사장은 2월18일 다른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과의 협업을 통해 개인 고객에게 차별화한 글로벌 상품을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작년 15%인 해외 수익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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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조정호 "승계는 없다, 함께 웃어야 오래 웃는다."
-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2011년 3월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리츠타워에서 열린 메리츠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원명수 부회장(왼쪽), 최희문 사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과연 메리츠금융그룹을 한국의 '버크셔해서웨이'로 만들 수 있을까? 메리츠금융지주는 3월26일 서울 강남 메리츠타워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날 주주총회에 평소와는 다른 자리를 마련했다. 주주와의 차담회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2박3일 동안 마치 축제처럼 열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만큼은 아니더라도 경영진과 주주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차담회를 위해 준비된 차와 다과는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직접 먹어본 것 가운데 주주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들이 제공됐다. 조정호 회장은 주주환원에 진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의 1주와 개인 투자자의 1주는 동일하다'는 신념 아래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주에게 전달되는 보상을 키우기 위한 행보를 보여 왔다. 조 회장은 2022년부터 기업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하고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효율화 작업을 시작했다. 김용범 부회장과 최희문 부회장에게는 이미 2019년부터 승계를 하지 않겠단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2년 11월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메리츠증권을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을 통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비상장사로 전환되고 그룹 내 상장사는 메리츠금융지주만이 남았다. 조 회장의 지분율은 이 과정에서 76%에서 47%까지 떨어졌다. 조 회장의 자식이 조 회장의 지분을 승계받는다고 하더라도 주식을 상속세로 낸다면 남는 지분율은 약 20% 정도에 그친다. 조 회장의 '원메리츠' 전략을 통해 메리츠금융지주는 실적과 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것에 성공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4년 순이익 2조3334억 원을 거뒀다. 원메리츠 전략이 실행되기 이전인 2022년 순이익 1조6404억 원과 비교하면 42.2% 증가했다. 주가 또한 원메리츠 전략을 발표하기 직전 거래일인 2022년 11월18일 기준으로 2만8050원에서 2025년 3월27일 12만2800원으로 약 3.4배 상승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상승한 기업 가치를 바탕으로 버크셔해서웨이에 버금가는 주주환원 정책을 정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상훈 메리츠금융지주 IR담당 상무는 차담회에서 메리츠금융지주의 지향점이 어디인지를 묻는 주주의 질문을 받자 "인재상은 골드만삭스에 가깝고 주주를 대하는 건 버크셔해서웨이에 가깝다"고 답변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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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2대 회장 황경로 "권력 실세가 직접 개입하니 소용이 없었다"
-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왼쪽 네 번째)이 2012년 12월13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추모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수 전 고려대총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정준양 당시 포스코 회장, 황 전 회장, 장옥자 박태준 명예회장 배우자, 박성빈 박태준 명예회장 장남, 이배용 전 국가브랜드위원장, 김용민 포스텍 총장. <포스코> 장인화 포스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과연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포스코홀딩스의 지배구조를 완성할 수 있을까? 포스코홀딩스는 20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회장 3연임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앞으로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3연임을 하려면 주주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포스코홀딩스가 3연임 요건을 까다롭게 변경한 것은 전임이던 최정우 전 회장이 연임 임기를 마치던 시기의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023년 12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정우 전 회장의 3연임을 막아섰다. 그는 "포스코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며 "소유분산 기업인 포스코홀딩스 대표 선임은 주주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내·외부인 차별 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포스코홀딩스 임원추천위원회가 2024년 1월 최 전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며 최 전 회장의 3연임 시도가 막혔다. 포스코 회장과 관련한 이야기에서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키워드는 '잔혹사'다. 역대 회장들이 정치적 외압에 의해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의 창업주인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992년 대선 과정에서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통령 경선 후보와 갈등을 빚으면서 포스코그룹 회장 잔혹사가 시작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박 명예회장에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며 화합을 시도했다. 박 명예회장은 이를 거절하고 민자당에서 탈당까지 감행하자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김 전 대통령과 박 명예회장의 갈등은 정치적 보복으로 이어졌다. 박 명예회장이 황경로 전 포항종합제철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줬음에도 보복이 멈추지 않았다. 1992년 말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됐고 1993년에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박 명예회장과 황 전 회장은 함께 포항제철을 떠나는 운명을 맞이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만제 전 회장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옷을 벗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유상부 전 회장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이구택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준양 전 회장과 권오준 전 회장도 정부가 바뀌면 회장이 바뀌는 포스코의 전통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