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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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 아이온2 나올 때까지 허리띠 졸라매야 한다, CFO 홍원준 끝없는 비용 효율화
- 엔씨소프트는 2025년 하반기 아이온2의 출시 이전까지는 이렇다 할 신작 없이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엔씨소프트의 비용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그래픽 씨저널> 아이온2, LLL, 브레이커스, 타임 테이커즈. 엔씨소프트에서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신작 게임들이다. 이 가운데 아이온2와 브레이커스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고, 나머지 게임들은 올해 출시된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2023년 영업이익 전년 대비 75.4% 감소, 2024년 영업이익 적자전환까지, 이제 '엔씨소프트 위기론'은 더 이상 생소한 이야기가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2025년에도 하반기에 아이온2가 출시되기전까지는 이렇다 할 신작 없이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신작 출시의 텀이 길면 매출의 강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비용 통제를 통해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홍 CFO는 재무구조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엔씨소프트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2025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는 비용 구조와 각 항목에 대해 지속적인 감소를 추진하고 있고, 많은 부분이 인건비에 해당된다'며 '예를 들어 해외 자회사에 대한 감원 효과, 스트림라인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림라인이란 '간소화하다'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다. 엔씨소프트는 2024년에 영업적자를 냈지만, 대신 재무구조 효율화 작업을 상당부분 완료했다. 2024년 4분기에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해 인건비 규모를 확 줄였고, AI연구조직이나 산하 개발조직들을 분사시켜 '조직 다이어트'도 마쳤다. 다만 2025년 1분기 엔씨소프트의 연결재무제표에서 확인되는 영업비용은 크게 감소하지는 않았다. 2025년 1분기 엔씨소프트는 영업비용 3550억 원을 지출했다. 2024년 1분기보다 약 4.6%(약 171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이 376억 원 줄었다는 것을 살피면 오히려 영업비용이 매출보다 적게 줄어든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아직 비용효율화 작업의 마무리 단계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홍 CFO는 2025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까지는 인력 효율화와 관련해 분사된 회사의 사기 진작과 매출 증대를 위한 위로금, 개발과 사업조직이 4분기부터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지급한 상여금, 2024년보다 늘어난 기본급 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홍 CFO는 1970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MBA(경영학석사)를 취득했다. 홍콩 모간스탠리와 영국 센토러스캐피탈 등 IB 업계에서 오랜 세월 경험을 쌓았다. 국내에서는 USB증권의 IB부문 대표를 지냈으며 스톤브릿지캐피탈 파트너로 일하다가 2021년 10월 엔씨소프트의 최고재무책임자로 선임됐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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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 순차입금 너무 많아졌다, 롯데지주 CFO 고정욱 현금 방어하고 신사업 조정하고
- 고정욱 롯데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재무혁신실장 사장이 재무전문가로서 능력을 발휘해야 할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래픽 씨저널> 롯데그룹의 재무 총괄을 맡고 있는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사장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롯데그룹 전체 순차입금이 2021년 말 24조8천억 원에서 2024년 말 37조8천억 원까지 치솟으며 재무건전성은 이미 한계치에 근접해 있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과 유통 부문이 삐그덕 거리면서 롯데그룹의 이익창출력이 급격히 약화된 상황에서 고 사장은 현금흐름 정상화와 자산 매각을 병행하는 재무 안정화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 석유화학 부문, '기초소재 의존 탈피'가 급선무 한때 롯데그룹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해온 석유화학 부문은 이제 고 사장의 가장 큰 부담으로 떠올랐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무려 894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력 제품군이 올레핀 계열 기초유분과 폴리머 등 공급과잉이 심화된 범용제품에 집중되어 있어,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대 수출처인 중국의 경기 둔화와 역내 공급 증가, 해상운임 상승, LC USA 공장 보수 등 비경상적 요인까지 겹치며 손실 폭은 더 커졌다. 롯데케미칼은 구조적 탈피를 위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롯데EM)를 인수하며 전지소재로 사업을 다각화하려 했지만, 이 역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조7천억 원을 들여 인수한 롯데EM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고객사 재고 조정 여파로 적자를 기록하며 고정비 부담만 키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스페셜티 확대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초소재 부문 투자 축소와 저수익 공장 셧다운, 해외자산 매각 등으로 재무 리스크를 단기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고정욱 사장으로서는 롯데케미칼의 재무적 위기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 고 사장에게 위안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롯데케미칼이 2025년 1분기 실적에서 직전 분기인 2024년 4분기와 비교해 적자를 줄인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2025년 매출 4조9018억 원, 영업손실 1266억 원을 봤다. 2024년 매출 4조8961억 원, 영업손실 2341억 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손실을 크게 줄인 셈이다. 성낙선 롯데케미칼 재무혁신본부장 CFO는 '중국 내수 경기부양정책과 글로벌 원유 공급량 확대에 따른 유가 하향 안정화로 원가 부담이 제한적으로 완화되고 점진적으로 판매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개선의 실마리 찾아가는 유통 부문 고정욱 사장은 롯데그룹 유통부문에서 실적 개선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고 있다.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유통부문은 2025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4568억 원, 영업이익 1482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2024년 1분기와 비교해 1.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비용효율화와 해외 사업 호조에 힘받아 29%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만 해도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유통 부문은 오프라인 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내수 부진과 온라인 소비 증가로 전통 유통 채널의 경쟁력이 뚜렷이 약화돼 왔다. 할인점과 슈퍼 부문의 통합구매 등으로 비용 효율화를 꾀했으나, 백화점 중심의 수익창출력은 감소했고 전자제품전문점은 오프라인 수요 감소로 직격탄을 맞았었다. 하지만 2025년 1분기에는 백화점 부문이 비용효율화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백화점 사업은 매출 8063억 원, 영업이익 1300억 원을 봤다. 2024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4.3% 증가했다. 특히 백화점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점이 6개 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베트남 전체 백화점 매출이 33.8% 증가하는 등 해외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 사장에게 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온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사업과 하이마트가 적자폭을 축소하며 개선의 여지를 보인 것도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 녹록지 않은 호텔사업 상황 호텔 부문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23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면세사업은 2024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고환율과 중국 소비패턴 변화, 해외 공항 면세점 임대료 정상화,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까지 겹치며 호텔롯데의 실적도 급락했다. 호텔롯데는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691억 원, 영업손실 456억 원을 보며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그룹의 호텔 부문은 여전히 면세 수요 회복이 더디고, 수익성 정상화가 불투명하다. 고정욱 사장을 중심으로 한 롯데그룹은 이에 따라 롯데쇼핑의 지방 점포 매각, 호텔롯데의 자산 재편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L7 호텔을 포함한 기타 자산 매각(2500억 원), 스위스 면세기업 아볼타(옛 듀프리) 지분 매각(1576억 원), 롯데렌탈 지분 35% 매각을 통해 올해 안에 전체 1조3866억 원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 그룹 차원의 해법은 '현금 방어 + 신사업 조정' 이처럼 양대 주력 사업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고 사장의 최대 과제는 재무 구조 개선과 신사업의 선택적 진입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전체 4조원 이상 규모의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레버리지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전지소재와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등 신사업에 5조 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차입부담 완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4조6천억 원이 투입되는 송도 메가플랜트 투자를 개시한 상황인데, 아직 유의미한 수주 실적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에 2030년까지 모두 36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3개 건설할 계획 아래 관련 작업에 진행을 추진 중이다. 바이오사업 후발주자인 롯데 입장에서 '투자 선행→수익 후행 구조'는 현금흐름 상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고정욱 사장으로서는 바이오사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신중한 자금 배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석유화학과 유통 양축의 구조적 수익성 저하, 바이오 등 신사업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고정욱 사장이 짊어질 재무혁신의 과제는 무겁다. ◆ 고정욱 사장의 '결정적 역할' 롯데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사업재편을 진행 중이며, 그 중심에 고정욱 사장이 있다. 그는 롯데지주 내 '재무 컨트롤타워'로서 자산 유동화, 투자 집행 조정, 유상증자와 계열사 간 자금 지원 등의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고정욱 사장이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안정화뿐 아니라, 장기 성장 전략과 맞물린 신사업 투자의 속도 조절까지 병행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 사장은 1966년생으로 충암고등학교와 홍익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서강대 국제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2년 롯데건설로 입사해 2003년 롯데캐피탈 RM본부 본부장을 맡으면서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기 시작해 2019년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를 지냈다. 2021년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으로 옮겼고 2023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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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 CFO로 첫 이사회 멤버 된 김광오, 효성화학 재무위기의 그룹 전이 막아라
- 김광오 효성 재무본부장이 2022년 2월14일 한국경제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경제TV 유튜브 'IRAD' 영상 갈무리> 김광오 효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효성 사내이사로 선임된 첫 번째 재무담당자다. 그동안 효성의 사내이사에는 오너 일가나 대표이사만이 이름을 올려왔다. 김 CFO가 사내이사에 발탁된 배경으로는 효성화학 등 계열사들의 재무위기가 꼽힌다. 한국거래소는 2월28일 효성화학이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이날부터 효성화학의 주식거래를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효성화학은 같은날 2024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이 –358.63%로 완전자본잠식사태에 빠졌다고 공시했다. 베트남 법인인 효성비나케미칼의 부채 증가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사업을 효성티앤씨에 9200억 원에 매각하면서 자본잠식상태에서 빠져나왔지만 여전히 주식거래는 정지돼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의 재무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업황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효성화학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수천억 원대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영업적자는 2022년 3947억 원, 2023년 2137억 원, 2024년 1705억 원으로 적자폭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업황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효성화학의 재무위기가 효성그룹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주회사인 효성이 효성화학의 재무위기 탈출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효성화학에 자금을 지원했다. 효성은 2023년 10월 효성화학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억 원을 투입했고, 2024년에는 2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효성화학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각 1천억 원씩 총 2천억 원을 인수했다. 지주회사 효성의 유동성자산은 2022년 2조601억 원에서 2023년 1조7666억 원, 2024년 1조217억 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김광오 CFO는 지주회사 효성의 사내이사로서 효성화학의 재무위기가 효성그룹 전체의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고 투자자들에게 효성의 재무적 안정성을 알리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CFO는 1964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2016년까지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뒤 2016년 효성그룹에 합류해 지주사 효성의 재무본부장을 맡아왔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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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CFO 하범종 솜씨 보일 때,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재무부담 그룹 전이는 안 돼
-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가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상태 문제가 LG그룹 전체로 옮겨가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줄곧 곳간지기로서 신뢰를 받아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지만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의 경영 및 재무상태가 녹록지 않아 LG그룹 전체에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중국 기업들의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성장동력 확보와 재정 안정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도 무겁다. ◆ LG디스플레이와 LG엔솔, 대규모 투자를 동반한 재무 부담 심화 LG디스플레이는 최근 OLED 중소형 디스플레이와 차량용 하이엔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며 2025년 1분기 매출 6조653억 원, 영업이익 335억 원 흑자 전환을 기록했다. 이런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OLED 설비확대와 연구개발 투자로 인한 자본 지출이 지속되고 있어 202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307%로 다소 높은 편이다. 특히 2024년 9월 중국 TCL에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해 2조2466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OLED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며 재무 부담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총차입금 규모가 15조 원(14조6081억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근본적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서는 지속적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셈이다. 더구나 순차입금 의존도 역시 2021년 22.2%, 2022년 32.3%, 2023년 37.6%, 2024년 38.3%로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값으로 순차입금 의존도가 40%를 넘어서면 재무적 부담이 크거나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영업현금 창출력이 저하된 가운데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투자가 이어져 재무부담이 높은 수준이고 부진한 영업실적과 손상차손 인식으로 재무완충력이 저하됐다'고 바라봤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2025년 1분기에 매출 6조2650억 원, 영업이익 3747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으나, 설비 투자 및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투자 규모가 연간 9~10조 원에 달해 재무적 부담이 상존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관세정책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성장정체)를 비롯한 대외환경 변화를 고려해 자본적 지출(CAPEX)을 30%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재무 건전성 유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북미 및 유럽 중심의 생산능력 확대와 대외 수요 불확실성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LG에너지솔루션과 모회사 LG화학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 LG그룹 차원의 재무 부담 확대, 하범종 철저한 내부 관리·위험 분산 전략 필요 LG그룹은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20조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이어가며 배터리와 OLED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LG그룹 전체 순차입금도 눈에 띄게 불어났다. 나이스신용평가의 LG그룹 분석자료에 따르면 LG그룹 전체 순차입금(그룹합산 기준)은 2020년 26조8202억 원에서 2024년 말 43조1288억 원으로 약 16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LG화학(석유화학 및 배터리 등)과 LG디스플레이가 각각 16조5천억 원과 6조5천억 원 순차입금 증가를 견인하며 재무 부담이 집중된 상태다. LG 최고재무책임자인 하범종 사장으로서는 LG디스플레이와 LG엔솔의 대규모 투자 등 재무 부담이 그룹 전체로 전이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LG그룹 전사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보인다. 특히 LG화학 등 전통 주력 사업과 상호 긴밀한 계열사들의 신용도도 연쇄 영향권에 놓여 있어 하나의 계열사에서 파생된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하 사장은 이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는 철저한 내부 관리와 위험 분산 전략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그룹 내부 리스크 통제 체계 강화, 재무 건전성 유지, 유동성 관리 등에 힘쓰며 신성장 사업과 기존 사업 간 균형을 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투자 속도 조절과 자본적 지출의 집행 효율화, 핵심 계열사의 재무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구광모 회장의 확고한 신임 구광모 회장이 LG 사내이사로 하범종 사장을 재선임한 것도 이런 재무적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구 회장은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재무안전성과 LG그룹의 현안관리에 집중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읽힌다. 하 사장은 과거부터 LG그룹 오너일가의 신뢰를 받는 인물로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시절에 임원이 됐고 구광모 회장도 지근거리에서 오랜기간 보좌해왔다. 구광모 회장 체제가 시작된 뒤 처음 열린 2019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았다. 그 뒤 2020년에는 부사장, 2021년에는 사장으로 해마다 승진했다. 하범종 사장은 LG의 최고재무책임자 겸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재경, 법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홍보 등 그룹 경영지원 업무 전반을 책임지고 있으며, 20년 넘게 LG에 몸담아온 재무 전문가이도 하다. 하 사장의 전략적 기획능력과 재무위기 관리역량이 LG그룹이 현재 당면한 재무리스크를 극복하는데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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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모빌리티 CFO 유영중 쉴 틈이 없다, 분식회계 논란 뒷정리에다 매각설까지
- 유영중 카카오모빌리티 당시 전략총괄부사장(오른쪽 맨 앞)이 에이미 코 싱가포르 교통부 선임국무장관(왼쪽 맨 앞) 등과 함께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싱가포르 교통부와 간담회를 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매각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다." 유영중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과 관련해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전임 CFO 시절부터 이어진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논란 등을 포함해 유 CFO가 당면한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있는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매각설과 관련된 논란을 잠재우는 데에도 유 CFO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를 교체하기 위해 여러 FI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지분 매각 대상으로 꼽히는 곳은 VIG파트너스다. VIG파트너스는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과 인수금융을 조성해 TPG컨소시엄, 칼라일 등이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약 40%)을 인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지분 24.5%를 보유하고 있는 TPG컨소시엄은 지속적으로 기업공개, 외부 매각 등을 통한 엑시트를 시도해왔다. 2022년에는 MBK파트너스와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내부 반발로 무산됐다. 카카오는 경영권 매각이 아니라 재무적투자자를 바꾸는 것일 뿐이며 지분 매각 자체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다만 지분 매각 조건에 카카오모빌리티가 향후 몇 년 안에 기업공걔(IPO)를 하지 못하면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매각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조합원들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각에 참여하는 사모펀드 자체에도 반대하지만 사모펀드에 산업은행이 공적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더욱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을 포기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시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모빌리티 플랫폼은 데이터 수집과 연결 가치 측면에서 핵심 인프라"라며 "카카오가 그 연결 권한을 쉽게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유 CFO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영학대학원에서 MBA를 받았으며 JP모간 애널리스트, 맥킨지앤컴퍼니 파트너,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부파트너 상무 등을 거쳤다. 2022년 5월 카카오모빌리티 전략총괄부사장으로 입사해 2023년 말 최고재무책임자가 됐다. 2024년 3월에는 분식회계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해임 건의를 받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를 대신해 직원들에게 매출액을 수정하더라도 과거 영업이익과 현금 흐름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하기도 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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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관세 앞에 선 현대차, CFO 이승조 재무에서 단련된 능력 보여줄 때
- 이승조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CFO) 전무가 2024년 8월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CEO인베스터데이 행사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승조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CFO) 부사장이 재무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국 자동차에도 일괄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는 미국에 30조 원에 이르는 투자를 약속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가 추가로 감당해야 할 금액의 규모는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3일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25% 관세가 적용되면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5조1450억 원, 3조9996억 원의 관세를 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들의 권장소매가(MSRP)를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4일(현지시각) "2025년 6월2일까지 2개월간 차량의 권장소매가(MSRP)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의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잠재적인 관세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 프로그램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승조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으로서는 재무 안정에 더해 수익성 개선이라는 목표를 짊어졌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는 2024년 역대 최대 매출인 175조2312억 원을 거뒀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4조239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또한 2023년 9.3%에서 2024년 8.1%로 하락하며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CF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수익성 개선을 강조한다. 현대차 이사회는 2020년 김상현 당시 현대차 재경본부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2025 전략에 기반해 대규모 투자와 수익성 개선을 계획하고 있어 이사회의 재무적 의사결정 역량 강화가 더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승조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1969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현대차에 입사한 뒤로는 경영관리실장(상무), 재무관리실장(상무), 재경사업부장(상무), 기획재경본부장(전무) 등 재무·회계·경영관리·감사 부문에서 재직하며 재무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쌓았다. 2024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CFO)을 맡은 뒤에는 현대차의 재무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데 성공하며 능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 말 진행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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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진출 진심 보여주는 CFO 이강혁, 법조인 출신 재무전략가의 '균형감'
- 이강혁 미래에셋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법조인 출신'의 재무 전략가라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사람이다. 최근 '글로벌 확장'이라는 도전적 비전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연합뉴스> 이강혁 미래에셋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법조인 출신'의 재무 전략가라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사람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의 매제이기도 하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01년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이후 법무법인 KCL에서 활동했다. 2009년 대우증권에 입사하면서 금융권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합병 이후 2021년에 미래에셋증권 준법감시부문 대표가 됐다. 2023년에는 경영혁신부문 대표로 선임되면서 미래에셋증권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영혁신부문 대표가 CFO를 맡는다. 이강혁 CFO는 최근 '글로벌 확장'이라는 도전적 비전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그가 재무를 총괄했던 2024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1590억 원을 내며 3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다. 특히 해외사업에서만 1661억 원의 세전이익(2023년보다 243% 상승)을 거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강혁 CFO가 글로벌 확장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행보는 바로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 인수다. 쉐어칸은 2000년 설립됐으며 인도 10위 권 증권사다. 약 3500명의 임직원, 인도 전역을 아우르는 지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쉐어칸 인수는 2024년 11월 완료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쉐어칸의 이름을 '미래에셋쉐어칸'으로 변경하고, 인수 후 통합(PMI)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강혁 CFO는 미래에셋증권의 주주환원 정책을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2024년 2월15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2023년 미래에셋증권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 소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시장이 의구심을 표했었는데 2024년에도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의 예측성에 대해 시장과 신뢰가 생겼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5년 3월 열린 제56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1467억 원 규모의 배당, 2203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2025년 이강혁 CFO의 과제로는 IMA 사업이 꼽힌다. IMA는 증권사가 개인 고객 예탁금을 통합 운용해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원금이 보장되며 일반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IMA 1호 인가 증권사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IMA 1호 인가 증권사가 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IMA는 발행어음과 달리 예탁금을 활용할 때 한도가 없기 때문에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이 매우 중요한데, 2024년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2857%로 한국투자증권의 NCR 2521%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강혁 CFO는 2월 미래에셋증권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IAM사업과 관련해 "당국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즉시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라며 "IMA는 미래에셋 DNA의 핵심인 운용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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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 AI 사업 막대한 투자 조율하는 김양섭, 경기침체에 섬세함 요구받다
-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변수를 만났다. 김 CFO는 부채수준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인공지능 관련 투자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온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씨저널> SK텔레콤이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며 설비투자 부담이 줄어든 가운데 인공지능(AI) 사업 확대를 위한 새로운 재무전략 수립에 나섰다.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변수를 만난 만큼 부채 수준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인공지능 관련 투자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온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기본적으로 통신 사업을 통해 꾸준한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SK이노베이션이나 SK온처럼 시급히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국내 시장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 구조와 경쟁이 과열되지 않은 환경 덕분에 비교적 양호한 현금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김양섭 부사장으로서는 5G 인프라 투자 부담이 줄어드는 시점과 맞물려 이러한 긍정적 흐름을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올긴 2023년 말부터 SK텔레콤의 설비투자를 축소하면서 안정적으로 이끄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SK텔레콤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3조 원 넘는 투자를 진행했지만 2023년에는 2조 원 후반대로 줄였고, 2024년에는 2조3900억 원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이는 김 부사장의 운용능력에 더해 5세대 이동통신이 성숙기에 접어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7년에는 5세대 이동통신 설비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설비의 가치를 회계상 비용으로 나눠 반영하는 절차)이 끝나기 때문에 SK텔레콤은 6세대(6G) 이동통신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2030년까지 약 3년간은 숨 고르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사장은 이런 3년의 재충전의 시간을 잘 활용해 SK텔레콤이 인공지능 신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재무 레버리지(기업이 외부자금을 활용해 자산을 운영하는 정도)가 상승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과 부채비율이 최근 높아진 점은 김 부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SK텔레콤의 재무 레버리지는 2021년 251%에서 2022년 258%로 높아졌고, 2023년에는 246%로 소폭 개선됐다가 지난해 다시 258%로 상승했다. 재무 레버리지가 높아지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그만큼 부채위험도 커진다. 부채비율도 2023년 146%에서 2024년에는 158%로 높아졌다. 이는 부채를 활용해 자본을 확장한 결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통해 이러한 재무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불안정한 국제정세가 이어진 가운데 국내 경기도 둔화하면서 재무건전성 유지는 SK텔레콤에게 더욱 중대한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시장에도 불황이 닥치면서 통신이라는 확실한 현금창출원을 지니고 있는 SK텔레콤에서도 재무흐름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인공지능과 같은 신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을 30조 원까지 끌어올리고 이 가운데 인공지능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을 3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AI 피라미드 전략 2.0'을 발표하면서 인프라, B2B(기업 간 거래),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분야에서 AI 기반 수익 모델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2024년에는 SK브로드밴드와 함께 향후 5년 간 3조4천억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설루션 개발 등 추가비용까지 고려하면 앞으로도 수조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텔레콤 이사회는 2024년 3월 김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하면서 인공지능 사업영역을 확장하는데 김 부사장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SK텔레콤 이사회는 "김양섭 부사장은 유동성 개선 및 재무구조 관리 강화, 투자재원 조달 등 재무 전 영역의 경험을 두루 보유한 전문가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인공지능(AI) 및 글로벌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그의 경험과 역량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김양섭 부사장은 1966년생으로 고려대학교 법학과 학사와 미시간주립대학교 파이낸스 석사 과정을 밟았다. 1991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 경리부에 입사한 이후 원가회계팀, 전략재무팀, 경리팀장 등을 맡은 뒤 2016년 구매실장, 2018년 재무2실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 2023년 말까지 재무부문장을 역임하다 인사를 통해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로 이동했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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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삼성전자 재무 안정성과 기술 초격차 사이, CFO 박순철의 줄타기
- 박순철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경영지원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삼성전자> 박순철 삼성전자 DX부문 경영지원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어깨가 무겁다. 이른바 '삼성전자 위기론' 속에서 회사의 잠재력과 가용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위기론은 반도체(DS) 부문의 부진으로 시작됐지만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맞물려 있어 박 실장에게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 박순철, 미래전략실 DNA를 지닌 CFO 박순철 실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단행한 인사에서 15년 만에 부사장 직급으로서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게 됐다. 이는 '안정 속 혁신'이라는 기조아래 검증된 리더십과 미래 리더 후보를 전면에 배치하려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보여주는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의 CFO는 단순히 재무전문가를 넘어 이사회에 참여해 계열사 사이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미래전략을 수립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그 무게감은 남다르다. 박 실장은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의 신뢰를 두텁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래전략실은 과거 삼성전자의 최종 컨트롤타워로서 회장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으로 명맥이 이어져 왔으며 현재는 사업지원TF, 금융 경쟁력 제고TF, EPC 경쟁력 강화TF 등의 3개의 TF가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박 실장은 1966년 태어나 연세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영국법인 지원팀, 미래전략실 전략팀을 거쳤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사업부와 무선사업부 등 현업부서 지원도 경험해 폭넓은 노하우를 지닌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무로 승진한 2020년부터 2년 간은 사업지원TF에 소속됐고 2022년부터는 MX사업부 지원팀장을 맡았다. 이런 경력을 통해 박 실장은 경영목표 설정, 성과평가, 개선방안 도출 등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 삼성전자 DS부문 부진과 엑시노스의 위기, 박순철의 원가 개선 부담 삼성전자는 2024년 4분기 DS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9천억 원을 보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냈다. 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경쟁사인 SK항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것과 함께 엑시노스 AP의 부진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엑시노스 AP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 탑재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실적 부진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엑시노스 AP의 부진은 단순히 시스템LSI 사업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사업부의 수익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가 퀄컴의 AP에 의존성이 높아지게 될수록 퀄컴이 제시하는 높은 가격을 받아들일 수박에 없어 원가부담은 커지게 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퀄컴의 AP 가격 인상에 따라 원가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 DX부문의 MX사업부 수익성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퀄컴은 차세대 스냅드래곤 AP가 출시될 때마다 최대 30% 가량의 가격인상을 밀어 붙여왔고 삼성전자는 2023년에는 스마트폰 평균 제조비용의 18%를 퀄컴 AP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수치는 2022년 12.8%에서 40% 증가한 수치다. 박순철 실장으로서는 DS부문과 협력을 통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이유가 큰 셈이다. ◆ 삼성전자 위기 돌파를 위한 박순철의 노력과 역할 박순철 실장과 삼성전자는 실제로 엑시노스 AP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부문 사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DS부문과 DX부문 사이 협력을 통해 2025년 하반기 출시될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에 엑시노스 2500의 진입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한 차량과 확장현실 등 다양한 응용처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에도 협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 실장과 삼성전자는 또한 퀄컴 AP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만 미디어텍 AP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디어텍은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겨냥한 AP를 출시하면서 퀄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삼성전자의 원가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탭S10에 미디어텍 AP를 적용하면서 협력관계를 돈독히 다지고 있다. 박 실장은 이런 일련의 노력들을 최고재무책임자로서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외적 불확실성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박순철 실장 앞에는 엑시노스 AP와 시너지를 찾는 것 외에도 산적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IT 수요 둔화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혼란한 정국은 대외적 불확실성을 키워 삼성전자에 어려움을 주고 있어서다. 박 실장은 이런 어려운 조건을 헤쳐 나가면서 '재무 안정성 확보'와 '기술적 초격차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내야 한다. 시장에서도 박 실장이 삼성전자의 '곳간지기'로서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 삼성전자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길 기대하고 있다. 박 실장은 2025년 1월31일 열린 삼성전자 콘퍼런스콜에서 이례적으로 '삼성전자 경영진 모두 현재 경영상황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으며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와 주요 사업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이슈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