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단독대표 된 김병규가 가리키는 갈 길, 법률가 삶보다 전략가의 삶 더 길었다
윤휘종 기자 yhj@c-journal.co.kr 2025-04-30 08:35:59
넷마블 단독대표 된 김병규가 가리키는 갈 길, 법률가 삶보다 전략가의 삶 더 길었다
김병규 넷마블 대표이사는 법률가 출신 CEO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김 대표를 ‘법률가’라는 단어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률가로서의 삶보다 넷마블 구성원으로서의 삶이 훨씬 길었기 때문이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9종의 신작 출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고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더 견고히 다지겠다.”

넷마블이 2025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넷마블의 단독대표이사를 맡게 된 김병규 대표의 취임일성이다. 김 대표는 2024년부터 권영식 대표와 각자대표를 맡아왔지만 2025년부터 단독으로 넷마블 경영의 키를 쥐게 됐다.

김 대표는 법률가 출신 CEO다.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8기를 수료했으며 삼성물산 법무팀장으로 일했다.

◆ 법률가보다는 전략가, 10년 넷마블맨 김병규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김 대표를 ‘법률가’라는 단어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률가로서의 삶보다 넷마블 구성원으로서의 삶이 훨씬 길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15년에 넷마블에 입사해 만 10년 이상을 넷마블에서 근무했다. 반면 사법연수원 38기의 입소연도가 2007년이라는 것을 살피면 넷마블 밖에서 법률가로서 보낸 세월은 약 6년 정도 뿐이다. 

김 대표는 법률가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넷마블에서 해온 일을 보면 전략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전략가’에 가깝다. 

김 대표는 넷마블의 핵심 전략 기획, 해외 사업 관리, 글로벌 M&A 실무 등 경영의 폭넓은 영역에 관여해왔다. 특히 글로벌 자회사 관리와 해외 퍼블리싱 전략 조율에서 김 대표가 보여준 판단력이 상당해 사내에서 신뢰도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은 2024년 김 대표가 권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게 된다는 소식을 알리며 “김 대표는 법무뿐 아니라 해외 계열사 관리와 전략 기획 등에도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김병규가 파악한 넷마블의 당면 과제 첫 번째, 지나치게 높은 외부 IP 의존도 

김 대표의 취임일성 역시 ‘법률가’로서가 아니라 전략, 기획 전문가로서의 김 대표를 더 잘 드러내고 있다. 넷마블의 현재 과제를 정확히 짚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IT회사는 영업이익률이 제조업 기반 회사보다 높게 잡힌다. 하지만 넷마블은 국내 게임회사 가운데 독보적으로 매출 규모와 비교해 영업이익률이 낮은 회사다. 

주요 캐시카우 게임들 가운데 대부분이 외부 IP를 활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급수수료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4분기 기준 넷마블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낸 상위 9개 게임 가운데 5개(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스,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 일곱 개의 대죄:GRAND CROSS, 마블 퓨처파이트, 해리포터:호그와트 미스터리)가 외부 IP 게임이다.

2024년 4분기 넷마블은 연결 기준으로 매출 6490억 원, 영업이익 352억 원을 냈다. 그리고 지급수수료로 지출한 비용만 2316억 원이다. 매출의 35.7%가 지급수수료로 지출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넷마블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자체 IP’로 만든 캐시카우 게임을 확보하는 것이다.

김 대표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야기 한 9개 신작 중 글로벌 재출시를 제외하면 RF온라인, 세븐나이츠, 몬스터길들이기 등 넷마블의 자체 IP를 활용해 제작된 게임이 대부분이다.

김대표가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기반 마련’이라고 신작의 의미를 설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로 보인다. 

◆ 글로벌 매출 비중 83%,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마블의 과제가 ‘글로벌 확장’인 이유

김 대표가 취임일성에서 글로벌 입지를 이야기한 것 역시 현재 넷마블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넷마블은 국내 게임사 가운데 글로벌 매출 비중이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하는 기업이다. 2024년 4분기 기준 넷마블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무려 83%에 이른다. 

하지만 높은 글로벌 매출 비중이 무색하게도 세계 시장에서 넷마블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자체 IP의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것은 ‘마블’, ‘해리포터’ 등 IP이지 넷마블이라는 회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넷마블에게 글로벌 확장은 이미 완료된 ‘성과’가 아니라 달성해야 할 ‘목표’로 꼽힌다. 

넷마블은 올해 신작 가운데 ‘세븐나이츠:리버스’와 ‘몬길:STARDIVE’가 이 목표를 달성해 줄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둘 모두 넷마블의 자체 IP 가운데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축에 속하는 IP이기 때문이다.
 
넷마블 단독대표 된 김병규가 가리키는 갈 길, 법률가 삶보다 전략가의 삶 더 길었다
2024년 3월28일 열린 넷마블 제 13기 정기주주총회의 모습. <넷마블>
◆ 방준혁의 깊은 신뢰, 넷마블의 중장기 방향 설정 키를 잡았다

김 대표의 단독대표 체제 전환은 단순한 인사 조정이 아니라,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과의 전략적 호흡의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방 의장은 넷마블 창업자이자 실질적 지휘권자지만 최근에는 경영 실무보다는 구상과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병규 대표는 방 의장의 전략을 실무적으로 풀어내는 ‘실행자’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김 대표가 잠시 넷마블을 떠나 다른 일을 하려고 시도했을 때, 방 의장을 포함한 넷마블 경영진의 강력한 요청으로 다시 넷마블에 복귀했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기존에 권영식 전 넷마블 각자대표가 맡고 있던 역할을 방 의장이 직접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방 의장의 ‘복심’인 김 대표가 전략의 실행자로서 각자대표로 키를 잡고, 방 의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넷마블의 중장기 전략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병규 대표가 게임을 모른다는 시선이 있는데, 넷마블에서 10년을 보낸 인물인 만큼 게임 사업에 대한 이해가 상당한 편”이라며 “하이브의 기타비상무이사도 맡고 있는 만큼 게임 사업과 비게임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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