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이사는 인공지능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으나 통신업계에서는 정치적 외풍에 경영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 KT > |
[씨저널]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취임 1년6개월을 넘기면서 AI 사업 확장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인공지능통신(AICT)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하며 대대적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에 힘을 주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KT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여전히 정치적 외풍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노출해 대내외적으로 경영전략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 인공지능 통신(AICT) 기업으로 대전환과 김영섭 대표의 전략
김 대표는 2024년부터 AI와 통신기술을 융합한 ‘인공지능 통신(AICT) 기업’으로 완전한 전환을 선언하며 조직의 체계적 재편, 인력 혁신, 그리고 산재된 사업 부문의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 혁신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5년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꼽힌다.
구체적으로 한국형 AI 솔루션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김 대표는 한국형 AI 솔루션을 단순한 언어처리 수준을 넘어 한국의 사회와 역사적 특성을 심층 학습시켜 국내 산업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만들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사업추진 전담 조직인 'AX 딜리버리 전문센터'를 신설하면서 300여 명의 마이크로 소프트의 인재와 KT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협력할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
당초 합작법인 형태로 만들 계획이었지만 효율성을 위해 사내독립법인(CIC)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 논의 초기에 두 회사의 최고역량을 지닌 고수들이 협력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GPT-4o 모델과 KT가 개발한 LLM ‘믿음’ 등을 함께 활용하며 공공, 금융, 제조, 유통 등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할 채비도 하고 있다.
KT는 인공지능 파트너십을 통해 엔비디아 GPU H100 기준으로 1만 장 이상의 그래픽처리장치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이런 일련의 조직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KT의 AI 사업 매출을 2028년까지 전체 매출의 12%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강한 목표도 설정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사업에 걸림돌이 될만한 비핵심 사업 정리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미래 자본을 확보하는 한편, 호텔·부지 등 수조 원대의 부동산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인공지능 사업을 향한 강한 의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 국면에서 불확실성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 AI 전략과 외풍 영향에 경영 일관성의 과제
KT는 공기업 시절부터 민영화 이후까지 정치권과 외부 권력의 개입이 반복되면서 경영의 자율성과 안정성이 영향을 받았다.
2002년 민영화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 정치권 로비, 비자금 조성 등의 사건에 연루되어온 역사가 있다.
이석채 회장, 황창규 회장, 구현모 대표 등 역대 대표들은 정권 변화와 함께 각기 다른 정치적 압력과 거취 문제에 시달렸다.
이러한 ‘외풍’은 단순히 인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업의 장기 전략과 시장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디지코’로 불리는 디지털 전환에 앞장섰던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 실패와 윤경림 전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의 낙마는 정치권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구현모 전 대표는 2025년까지 기업간 거래(B2B)와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사업이 중심이 되는 디지코 매출 비중을 50%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지만 연임에 실패하면서 사라지게 됐다.
경영 일관성이 정치적 외풍에 의해 뿌리 채 흔들리는 이런 구조는 김영섭 대표의 ‘AICT 비전’에도 남의 일이 아닌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KT 최고경영자 인사에 변화가 예상되면서 김 대표의 연임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여서다.
김영섭 대표가 이끄는 KT의 경영이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에 올라설지 아니면 또다시 좌초되는 흑역사를 반복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