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배임 혐의 무죄 받았지만 더 중요한 재판 남았다, SPC '반노동' 이미지 어떻게 하나
윤휘종 기자 yhj@c-journal.co.kr 2025-04-24 08:34:06
허영인 배임 혐의 무죄 받았지만 더 중요한 재판 남았다, SPC '반노동' 이미지 어떻게 하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최근 대법원에서 계열사 주식을 저가로 매각해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과 관련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노조 와해 시도'와 관련된 재판은 남아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한 건의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한 건의 형사재판이 남아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걸려있는 ‘사법 리스크’ 이야기다.

대법원은 최근 허영인 회장이 계열사 주식을 저가로 매각해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확정했다. 

허영인 회장은 SPC그룹의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낮은 가격에 SPC삼립에 매각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이 행위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봤다. 하지만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은 모두 이 행위에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무죄 판결로 SPC그룹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글로벌 확장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진짜 중요한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직 허영인 회장의 ‘노조 와해 시도’와 관련된 재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2021년 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 소속 조합원 570여 명에게 노조를 탈퇴하라고 종용하고 2021년 5월에는 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정성평가 점수를 낮게 줘 승진에서 탈락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씻기지 않는 SPC의 ‘반노동’ 이미지

SPC그룹은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이후 강도 높은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사고 직후에도 생산을 강행한 모습이 알려지며 SPC그룹을 향한 소비자들의 분노는 ‘불매운동’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피 묻은 빵’이라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문제는 이 이미지가 일시적으로 씌워졌다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왔다는 데 있다. 사망사고 전후로도 SPC그룹은 노동자 과로사, 산재 은폐 의혹, 노조 탄압 논란 등에 반복적으로 휘말려 왔으며 허 회장의 ‘노조 와해 의혹’ 재판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다.

허 회장은 2022년 10월 제빵공장 사망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2022년 10월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23년 8월 샤니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서 2024년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SPC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의 피해자 수는 502명에 이른다. 

◆ 잃어버린 SPC그룹의 '기업 이미지’, 사회적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SPC그룹은 식품업이라는 특성상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식품에 요구되는 기본적 신뢰, 안전, 위생은 물론 그룹의 윤리성 역시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오랫동안 불매운동에 시달리고 있는 남양식품 역시 식품의 위생이나 안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오너일가의 윤리성 측면에서 소비자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쪽에서는 SPC그룹 불매운동이 단기간에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2022년 이후 SPC삼립의 실적은 뚜렷한 정체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SPC삼립의 연결기준 매출은 3조4279억 원으로 2023년보다 0.15% 감소했다.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2년 매출과 비교하더라도 2년 동안 3.42%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2.7% 수준에 머물고 있다.
 
허영인 배임 혐의 무죄 받았지만 더 중요한 재판 남았다, SPC '반노동' 이미지 어떻게 하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24년 2월2일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허영인의 숙제, ‘법’ 아닌 ‘사회’와의 관계

한쪽에서는 SPC그룹과 허영인 회장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민심’리스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SPC그룹은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있는 B2C 기업이고, 소비자와 시민사회는 법적 무죄보다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리더십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민단체와, 소비자, 노동계는 지속적으로 SPC에 구조적 개선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SPC삼립이 3월말 출시한 ‘크보빵(KBO빵)’이 엄청난 인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크보빵이 SPC그룹의 빵이라는 사실을 공유하며 불매해야 한다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SPC삼립의 매출 정체가 반드시 불매운동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라며 “다만 SPC그룹의 이미지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굉장히 악화된 상태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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