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 마피아는 네오위즈 창업자이자 현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인 장병규 의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 IT업계의 인적 네트워크를 뜻하는 말이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페이팔 마피아’다.
페이팔 마피아는 2007년 포춘이 처음 사용했는데 페이팔 출신 창업자들이 만든 인적 네트워크를 가리키는 말로 미국 스타트업 업계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는 단어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피터 틸(팔란티어), 리드 호프먼(링크드인), 채드 헐리·스티브 첸(유튜브) 등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인물들이 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 IT업계에도 이와 비슷한 인적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네오위즈 마피아’다.
◆ 장병규에서 시작된 흐름, 네오위즈 출신의 현재 위치
이 네트워크의 중심은 네오위즈 창업자이자 현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인 장병규 의장이다. 그는 1997년 네오위즈를 공동 창립하며 국내 IT산업의 태동을 주도했고, 이후 검색엔진 ‘첫눈’을 창업한 뒤 NHN에 매각하는 성공적 ‘엑시트’도 경험했다.
장 의장이 네오위즈를 창업하면서 함께했던 인물들이 바로 ‘네오위즈 마피아’의 얼굴들이다.
신중호 라인 최고기술책임자(CTO), 김봉석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창업자, 장현국 액션스퀘어 대표,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전 대표, 김창욱 스노우 대표, 김강석 크래프톤 공동 창업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네오위즈를 나온 이후 대한민국의 벤처 붐을 주도하거나 국내 유망 IT기업의 성장에 중심 역할을 해왔다.
◆ ‘연쇄 창업가’는 아직 적지만, 새 도전을 이어가는 흐름은 남아있다
물론 네오위즈 마피아가 페이팔 마피아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페이팔 마피아는 단순한 인맥을 넘어서 글로벌 창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네트워크로 평가된다. 페이팔 마피아에는 3~4개의 벤처를 연달아 성공시킨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반면 현재의 네오위즈 마피아에서 ‘연쇄 창업가’라고 불릴만한 인물은 장병규 의장 정도다.
하지만 네오위즈 마피아가 페이팔 마피아의 단계에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여러 ‘네오위즈 마피아’들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전 대표는 2조 원 규모의 엑시트를 성공한 이후에도 만족하지 않고 최근 다시 창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김봉석 우아한형제들 창업주 역시 ‘그란데 클립’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장현국 대표 역시 위메이드에서 나와 액션스퀘어에서 꾸준히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 미국 언론 '포춘'이 어떤 집단의 단체사진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대표들의 얼굴을 합성해 만든 사진. 이 사진과 함께 제시된 기사 이후 '페이팔 마피아'라는 용어가 실리콘밸리에서 보편화됐다. <영문 위키피디아>
◆ 네오위즈 마피아가 페이팔 마피아처럼 되기 위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끌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 전반의 창업 문화, 투자 생태계, 기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벤처 업계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미국 IT 산업의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 잡았다.
반면 ‘네오위즈 마피아’라는 표현은 아직 대중적으로 보편화된 개념은 아니다. 장병규 의장이 두 번째로 창업했던 검색엔진 기업 ‘첫눈’ 출신 인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첫눈 마피아’라는 별칭과 혼용돼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팔 마피아와 네오위즈 마피아 사이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한 시대의 기술적 전환기를 함께 지나온 창업가들이 개인적인 성공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투자를 이어가며 한국의 기술 산업 전반에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흐름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 창업 생태계 전반에 지속적인 변화를 이끄는 집단적 움직임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네오위즈 마피아’라는 이름이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