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그룹에서 3세 경영체제를 책임질 오너일가의 모습. (왼쪽부터)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이우일 유니드 대표이사 사장, 이우성 SGC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씨저널] OCI그룹에서 3세 경영체제가 점차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OCI그룹은 2대 상속 과정에서 형제 사이 계열을 나눠 이끌면서 크게 3개 계열(OCI계열, SGC계열, 유니드계열)의 구조를 갖췄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3세 경영으로 넘어갈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OCI계열의 구심점인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지주회사 OCI홀딩스 지분을 나머지 계열 수장인 숙부 이화영 유니드 회장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이 보유한 것보다 적게 확보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재계에서는 OCI그룹이 유사한 구조를 띄었던 GS그룹처럼 무난하게 사촌경영의 길을 갈지 아니면 경영권 분쟁으로 혼돈에 빠질지 주목하고 있다.
◆ OCI그룹의 계열 간 독립적 경영과 미약한 가족회의 체계
OCI그룹은 크게 지주사 OCI홀딩스를 정점으로 태양광 관련 소재화학 사업과 종합 제약사업을 꾸려가는 OCI계열, 발전에너지 사업 및 토건 사업을 하는 SGC계열, 칼륨계 화학 제품사업과 중밀도 섬유판(MDF) 사업을 하는 유니드계열 등 3가지 계열로 구성돼 있다.
각 계열은 독립적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고 이수영 OCI 대표이사 선대회장이 작고하면서 OCI계열을 아들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주축으로, SGC계열과 유니드계열은 각각 이 선대회장의 동생인 이복영 SGC에너지 대표이사 회장(1947년생)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1951년생)이 중심이 돼 이끌고 있다.
SGC계열은 이우성 SGC에너지 사장(1978년생)이 3세 경영 주자로 꼽힌다.
이우성 사장은 아버지 이복영 회장, 전문 경영인 박준영 부회장과 SGC에너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유니드계열은 이화영 회장 장남인 이우일 사장(1981년생)이 유니드를 전문경영인인 정의승 부회장과 각자대표이사로 이끌고 있다.
이처럼 OCI그룹은 표면적으로는 독립경영 체제가 안정화 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OCI홀딩스 지분의 구성을 살펴보면 갈등의 씨앗이 뿌려져 있다고 할 수 있다.
2025년 4월 기준 OCI 홀딩스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이우현 회장이 7.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숙부인 이화영 회장은 7.81%, 이복영 회장은 7.7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우현 회장은 지주사 OCI홀딩스에 숙부들보다 적은 지분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는 경영행보를 다수 펼쳐왔다. 다른 기업집단인 한미사이언스와 통합을 추진한 것이나 한국앤컴퍼니 및 금호석유화학과 지분 맞교환(스와프)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명목적으로는 사업적 시너지를 위해 추진된 경영상 결정들이지만, 결과적으로 숙부와 사촌들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가족 사이 물밑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굳건한 가족회의 체계와 후계구도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있다면 이우현 회장이 이처럼 무리하게 외부 우호세력을 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확립된 가족회의와 회장 승계체계, GS의 경영체제가 안착한 이유
재계에서 경영방침에서 OCI그룹과 비교되는 기업집단으로는 GS그룹이 꼽힌다.
GS그룹은 2세대 형제가문이 지주사 지분을 일정비율로 균형있게 나눠 가지고 굳건한 가족회의를 통해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를 띄고 있다.
OCI그룹 역시 2대 형제가문이 비슷한 비율로 지분을 상속했지만 이우현 회장이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지주사 지분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도권을 쥐고 그룹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GS그룹의 현재 총수(동일인)는 셋째 허준구 가문 출신인 허태수 회장이 맡고 있다. 특히 GS는 특정 가문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지 않도록 지주사 지분을 한쪽에 집중시키지 않고 균형 있게 배분하는 구조를 취한다.
이에 따라 주요 경영 의사결정은 각 가문 간의 협의를 통해 GS 지주회사 체계 아래에서 조율되며, 이러한 가문 간 균형 체제가 세대 간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GS 오너 일가 내부에서는 가문 간 단결을 중시하는 전통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가족회의를 통해 합의된 사안에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시되는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
GS그룹과 경영방식에 차이를 보이는 OCI그룹에서 갈등이 표면화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1년 SGC계열의 에너지기업 SGC에너지가 OCI를 상대로 투자금 회수요청을 법원에 요청했던 것은 언제든지 친족 사이 다툼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SGC에너지는 열병합발전소에서 공정용 증기를 생산해 다른 산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OCI가 갑작스럽게 사업을 철수하면서 기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약 660억 원의 손해를 봤다며 법적 분쟁을 벌였던 것이다.
이 사건은 2024년 6월 SGC에너지가 OCI를 상대로 법원에 신청한 조정신청을 취하하면서 잠정적으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또다른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