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화학 천문학적 부채와 힘겨운 싸움, 효성그룹으로 위기 전이 분수령
조장우 기자 jjw@c-journal.co.kr 2025-04-18 08:38:51
조현준 효성화학 천문학적 부채와 힘겨운 싸움, 효성그룹으로 위기 전이 분수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효성화학을 정상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최근 몇 년간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심각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효성화학의 재도약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효성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이지만, 지속적인 적자와 불어나는 부채로 그룹 전체의 경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효성의 주력계열사인 효성티앤씨와 지주사 효성이 지원에 나섰지만 자칫 효성그룹 전체에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효성화학, 깊어지는 재무적 위기

효성화학의 재무 상황은 여러 지표에서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24년 연간 잠정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2조 8382억 원이지만 영업손실은 1705억 원에 달한다. 

특히 특수가스 사업 손익을 제외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화학 사업 부문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신용등급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은 2022년 'A·긍정적'에서 시작해 2023년 'A-·부정적'을 거쳐 BBB+까지 떨어졌다. 

기업신용평가업체 한국신용평가는 2024년 11월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효성화학은 차입금 만기구조가 짧아져 유동성 대응부담도 증가하고 있고 화학업황이 단기간 반등하기도 쉽지 않아 수익성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용등급 하락은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재무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우호적이지 않은 화학업황을 감안하면 효성화학의 수익성 개선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영업손실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불안정한 재무구조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성화학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는 급증한 부채비율이 꼽힌다.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353.8%에서 2022년 말 2631.8%, 2023년 말 4934.6%를 기록했으며, 2024년 3분기 말에는 무려 9779.3%까지 치솟았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2조 원이 넘는다, 

효성화학의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2024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이로 인해 올해 3월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 베트남 프로젝트, '아픈 손가락' 신세로

효성화학의 재무 위기를 심화시킨 주범으로는 베트남 법인인 효성비나케미칼의 부진이 꼽힌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화학을 통해 2018년부터 약 2조 원을 투자해 베트남에 폴리프로필렌(PP) 공장을 설립하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으려고 했다. 

조현준 회장은 베트남을 효성의 글로벌 전략 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조 회장은 2016년 11월에 이어 2018년 2월 베트남을 두 번째 방문한 자리에서 응우옌쑤언푹 당시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은 효성의 글로벌 시장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다”며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분만 아니라 화학과 중공업 부문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PP 시황 둔화와 현지 운영의 불확실성 등으로 효성비나케미칼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는 효성화학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석유화학 내재화를 위해 폴리프로필렌(PP) 증설 투자를 주도하면서, PP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효성비나케미칼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효성비나케미칼의 주력 생산 제품이 PP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PP 자급률 상승은 효성화학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효성비나케미칼의 부진은 효성화학의 채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2025년 2월25일 기준으로 효성화학의 채무보증 전체 잔액은 2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 위기 극복 위한 조현준 회장의 승부수

효성화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 조현준 회장은 여러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이다. 

조 회장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하는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9200억 원에 효성티앤씨에 매각했다. 

특수가스 사업은 '알짜 사업부'로 불리지만, 설비 투자 부담이 크고 수익성이 낮아 효성화학의 재무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수가스 사업 매각 대금은 차입금 상환과 운영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조 회장은 이를 통해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는 2025년 1월 "올해 상반기까지 부채비율을 100%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재무 구조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한 효성화학은 온산 탱크터미널 사업부를 지주사 효성에 1500억 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올해 2월 체결하며 추가적인 자금 확보에 나섰다. 

조 회장은 이외에도 효성화학의 옵티컬 필름과 필름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는 등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효성화학의 잇따른 자산 매각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는 가능하겠지만, 석유화학 업황이 회복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경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효성화학의 주력 제품인 PP 시황이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불투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 매각만으로는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효성화학이 2025년 3월12일 특정목적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자본금 전액잠식 상태를 해소하였음을 공시함으로써 주식거래 재개와 관련된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으로 결정된 것이다.

조현준 회장으로서는 효성화학에 불어닥친 재무위기를 이번에 해소해야 효성그룹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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