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이 2025년 1월2일 열린 '2025년 새마을금고중앙회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씨저널] 역대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박차훈 전 회장, 신종백 전 회장, 김헌백 전 회장 등이 모두 지역새마을금고의 이사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새마을금고 쇄신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무엇보다도 지역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진행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반쪽짜리 쇄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은 김인 회장만큼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 회장은 과연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을 넘어 지역새마을금고를 혁신할까?
◆ 아직은 아쉬운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양상
새마을금고는 3월5일 제1회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진행했다.
이번 선거는 1973년 새마을금고연합회(새마을금고중앙회)가 창립한 이래 최초로 이사장을 조합원이 직접 뽑는 직선제 방식으로 치러졌다.
모든 지역새마을금고가 이사장을 직선제로 뽑지는 않았다. 평균 자산이 2천억 원 이상인 금고로만 대상이 한정되는 바람에 이사장 선출이 필요한 1101개 금고 가운데 534개 금고에만 직선제가 도입됐다.
실제 직선제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한 지역새마을금고는 208곳뿐이었다. 나머지 금고는 이사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1명뿐이라 별도의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되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 이사장 선거 과정에서 일어났던 구태도 반복됐다.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사장 선거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A씨를 경찰에 고발 조치하는 일도 발생했다.
A씨는 허위 사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유권자에게 발송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주시 선거관리위원회 또한 선거인에게 현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이사장 후보자 B씨를 포함한 3명을 경주경찰서에 고발했다.
B씨 등은 북경주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게 현금 60만 원이 든 돈봉투를 실제로 제공하거나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의혹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관장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 후보자 등록 이후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가 24건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고발 10건, 수사의뢰 2건, 경고 12건 등이다.
인적 쇄신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번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결과는 아쉬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1회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 가운데 68.1%(750명)는 현직 이사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214명(19.4%)은 이미 과거에 이사장을 맡은 경험이 있거나 감사, 이사 등 새마을금고에서 중임을 맡았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당선자 10명 가운데 9명은 기존 새마을금고 인사인 셈이다.
◆ ‘독립법인’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막대한 권력
새마을금고는 상호금융기관이기 때문에 각각의 지역 금고가 독립된 법인의 형태를 띤다.
중앙회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독립된 법인의 형태로 운영되는 만큼 이사장들에게는 제왕적 권력이 주어진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각 금고의 자산 관리, 대출 승인, 예산 운영 등 금고 운영 전반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금고 직원의 인사권 역시 중앙회가 아닌 이사장에게 귀속된다.
보장된 임기도 12년으로 짧지 않다. 4년 임기에 2번의 연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12년 이상의 장기 집권도 가능하다. 소속을 옮기거나 중도 사퇴 뒤 대리인을 내세우면 연임 제한 규칙에서 벗어나 이사장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이 3월25일 공개한 ‘제1회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결과 자료’에 따르면 선거가 진행된 1101개 새마을금고 가운데 132곳(12%)에서 4선 이상 이사장이 당선됐다.
위 의원은 “대리인을 내세우거나 금고를 옮겨 다니며 이사장직을 유지하는 '사금고화' 현상이 여전하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직선제 도입의 의미를 되새기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체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이 2015년 12월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회 서민금융활성화 및 소상공인지원포럼 주최로 열린 '새마을금고 정체성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역할 모색'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첫 내부 출신 등장 이후 중앙회장은 모두 이사장 출신
새마을금고연합회 회장(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내부 출신에게 돌아간 것은 1995년의 일이다.
서울 남대문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지내던 유준향 전 회장이 대의원 142명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99표를 받으며 회장에 당선됐다. 당시 선거에서 유 전 회장의 대항마로 나온 인물 역시 김청일 인천용일금고 이사장으로 현직 지역금고 이사장이었다.
이후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의 자리는 이사장 출신의 차지가 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용상 전 회장 (서울 신평화새마을금고 이사장) △김헌백 전 회장(대구 동산새마을금고 이사장) △신종백 전 회장(강원 춘천중부새마을금고 이사장) △박차훈 전 회장(울산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 △김인 회장(서울 남대문새마을금고 이사장) 등이다.
1973년 새마을금고연합회(새마을금고중앙회)가 창립된 이래 22년 동안 회장의 자리는 정부의 입김이 닿는 사람들이 차지한 바 있다.
초대 회장을 맡은 안호상 전 회장은 이승만 정부에서 초대 문교부(교육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안 전 회장은 196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사를 맡아 국제사회를 순방하고 돌아온 뒤 새마을금고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재건국민운동 중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김유복 전 회장은 군인 출신으로 유신정우회, 한국국민당에 소속돼 제10대, 제11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다. 장원찬 전 회장은 검사로 일하다 국방부, 총무처, 국무총리실 등에서 주요 관직을 지냈다. 이규이 전 회장도 관선 대구시장, 관선 제주도지사를 지낸 인물이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