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2016년 12월1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어머니인 김정일 여사의 입관식을 마친 뒤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씨저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2025년 3월6일 다른 어떤 이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조 회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이 12조4334억 원을 기록하며 최근 4년 내내 주식 부호 1위를 차지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2조1666억 원)을 꺾은 것이다.
업계를 놀라게 하는 데 충분했다. 조 회장이 대한민국 수송 물류 분야에서 큰 획을 그은 한진가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존재감이 재계에서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진가에서 조 회장의 입지는 후계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 회장은 2015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아버지가 형들에게 물려주고 남은 회사’를 받은 인물이라고 회상한 바 있다.
조정호 회장은 2005년 계열분리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이재용 회장과 비견할 정도의 부를 쌓은 인물로 자리 잡았다. 조 회장이 ‘남은 회사’라고 표현했던 회사는 금융지주 시총 3위의 메리츠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식부자 1위 등극
조정호 회장이 이재용 회장을 꺾고 주식 부자 1위에 등극한 배경으로는 메리츠금융그룹의 주주환원 정책이 거론된다.
메리츠는 2025년까지 연결기준 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강력한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에는 세 차례에 걸쳐 1500억 원의 주식을 매입 뒤 소각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사용한 금액은 2023년 3천억 원, 2024년 64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의 자사주 소각률은 100%다. 단순 자기 회사 주식 매입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로 소각함으로써 주가 부양에 나섰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올해에도 자사주를 계속 소각해 주주환원율 50% 이상을 유지하겠단 계획을 마련했다.
조 회장이 주주환원 정책을 펼침에 따라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2021년 2월5일 기준으로 보통주 1주 가격이 9820원으로 1만 원도 넘지 않았는데 2025년 3월23일 11만7400원으로 약 12배 증가했다.
현재 메리츠금융그룹의 시총 순위는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에 이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2월24일에 신한금융지주를 꺾고 시총 2위를 차지하기도 하는 등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의 위상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2012년 3월13일 열린 프로 골퍼 후원 행사에서 박상현 프로와 악수하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 |
◆ 감액배당으로 ‘최대 1조 원’ 비과세 논란
조 회장의 부의 축적은 배당 이익 부문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조 회장은 감액배당 방식을 통해 수천억 원의 자금을 세금 지출 없이 손에 쥐었다.
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뒤 이를 배당에 사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소득세로 약 15.4%가 부과되는 일반적인 배당 방식과 달리 감액배당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기존 주주들이 낸 자본금을 되돌려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자본 거래로 인한 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일반 배당금으로 1만 원을 받는다면 주주는 세금을 제외한 8460원을 받지만 감액배당으로 진행되면 1만 원을 그대로 갖게 된다. 일반 배당보다 18.2% 높은 금액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메리츠금융지주가 감액배당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일반주주가 아니라 조 회장이다.
2022년 100억 원대였던 조 회장의 배당금은 감액배당으로 전환한 뒤인 2023년 2300억 원 대로 23배가 증가했다. 당시 그룹 총수 가운데 조 회장보다 배당금이 많았던 것은 이재용 회장뿐이다. 2024년에는 감액배당으로 통해 1300억 원을 추가로 받았다.
감액배당을 통해 두 차례 진행된 메리츠금융지주의 배당총액은 6883억 원(2023년 4483억 원, 2024년 2400억 원)이다.
메리츠금융지주가 2023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자본준비금은 2조1500억 원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감액배당이 가능한 이익잉여금은 1조4617억 원이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
조 회장이 지분율 51.25%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남은 금액이 전부 배당에 사용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약 7491억 원을 세금 없이 획득할 수 있다.
감액배당은 일반주주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주친화정책의 일환으로 취급된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모두 이득을 보는 형태이기 때문에 일반주주들도 감액배당을 환영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금융권 및 증권가에서도 감액배당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2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2025년 결산 배당부터 비과세 배당을 적용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배당 재원으로는 약 3조 원을 마련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외에도 셀트리온, KCC글라스, 효성, 대신증권, OCI 등의 기업들이 비과세 배당을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며 감액배당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감액배당을 통한 최대 주주의 세금 회피 문제와 관련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종문 동국대학교 교수는 ‘감액배당에 대한 과세’ 논문에서 “현행제도를 활용하면 양도소득세 부담 없이 지분의 일부를 처분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과세가 이연되거나 소득 성격이 바뀌고 경우에 따라서는 과세가 영구적으로 누락된다”고 지적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