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2011년 3월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리츠타워에서 열린 메리츠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원명수 부회장(왼쪽), 최희문 사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인재의 중요성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긴다.
금융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인재 다루는 방식을 놓고 ‘연봉은 달라는 대로 주고 업무는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조 회장의 인재 중용과 성과주의 아래 메리츠금융그룹에는 전문경영인들이 가진 능력을 뽐낼 수 있는 기업문화가 정착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2022년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메리츠금융그룹의 사내 금기어는 충성심”이라며 “성과 중심의 실적 향상에서 충성심은 방해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요소”라고 말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의 기업문화 아래 전문경영인들 또한 뛰어난 역량을 바탕으로 조 회장을 보좌하며 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 메리츠 성장 이끌어온 최희문과 김용범
조 회장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미국식 기업 경영 체제를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오너 경영인으로 꼽힌다.
믿을 만하다고 점찍은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경영의 전권을 맡겨 자율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에서는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조차 조 회장에게 사전보고 없이 진행된다.
최희문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과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조 회장이 경영을 믿고 맡긴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으로 거론된다.
최 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외부 인재 영입을 꺼리지 않는 조 회장의 성향 덕분인지 모두 삼성증권 출신이다. 최 부회장이 2009년 메리츠금융그룹에 합류했고 김 부회장이 2011년 영입됐다.
최희문 부회장은 1964년생으로 중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을 한 뒤 사회생활을 뉴욕 월스트리트의 뱅커스트러스트의 기업금융 애널리스트로 시작했다.
월스트리스트에서는 새벽에 출근해 다음 날 새벽에 퇴근하는 등 하루 2~3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고달픈 시절을 보냈다.
최 부회장은 월스트리트에서 보낸 젊은 시절을 두고 기업을 파악하는 눈을 키우고 위기란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닌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시절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은행(CSFB), 골드만삭스를 거친 뒤에는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캐피탈마켓사업본부장 등을 맡았다. 삼성증권에서는 기업 신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FTD(First to Default)를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등 선진 금융시장 경험을 살린 참신한 금융투자 상품을 선보였다.
조정호 회장은 미국 월스트리트 출신으로 구조화 금융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최 부회장의 영입에 공을 들였다. 조 회장은 거절 의사를 밝히는 최 부회장에게 전권을 주겠다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최 부회장은 2009년 메리츠증권 부사장으로 선임된 뒤 2010년에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합금융을 합병한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 이후로 4연임에 성공하며 13년 동안 메리츠증권의 키를 잡으며 기업 성장을 이끌었다.
김용범 부회장은 1963년생으로 대한생명 증권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CSFB증권을 거친 뒤 1998년 삼성화재해상보험으로 이직했다. 이후 삼성투자신탁운용, 삼성증권 등 삼성의 금융 계열사에서만 10년이 넘게 재직했다.
메리츠금융그룹에는 메리츠종금증권 최고재무관리자(CFOㆍ전무)를 맡으며 2011년 합류했다. 2012년부터는 최희문 부회장과 함께 메리츠종금증권의 공동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김 부회장은 2015년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성장이라는 임무를 받고 메리츠화재로 소속을 옮겼다. 김 부회장은 3연임에 성공하며 2024년 3월까지 메리츠화재를 이끌었다.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던 시기에 메리츠화재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만년 5위’에서 벗어나 DB손해보험과 업계 2위 자리를 두고 맞대결을 벌일 정도가 됐다.
최 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2023년 11월 대표이사 자리를 후임자들에게 물려주고 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정호 회장은 오랜 기간 실적을 내온 전문경영인들을 향한 확실한 보답을 남겼다.
김용범 부회장은 2024년 스톡옵션을 행사해 80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최희문 부회장 또한 스톡옵션 행사로 270억 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일반적으로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는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는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 뒤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모습을 보였다. 메리츠금융 인터넷 종목토론방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이 경영진들이 바람직하게 돈을 버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부회장은 차익을 실현한 이후로 추가로 메리츠금융지주 주식을 매수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2024년 12월 메리츠금융 주식 5만 주를 주당 약 9만8천 원대에 매입해 약 50억 원 규모의 메리츠금융지주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단순히 이익을 얻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주주 가치 제고 및 책임경영 실현을 위해 주식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희문 메리츠금융주지주 부회장(왼쪽)과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오른쪽).
◆ 포스트 최희문·김용범은 누구? 김중현, 장원재, 김종민 포진
최 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지주회사로 자리를 옮겨 그룹 전반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새로운 인물들이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며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각자대표 사장, 김종민 메리츠증권 각자대표 사장이 메리츠증권을 이끌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사장이 담당하게 됐다. 세 사람 모두 삼성증권 출신이다.
메리츠증권은 2024년 7월22일 메리츠화재 부사장을 맡고 있던 김종민 사장을 새롭게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하며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김 사장은 대표이사 선임 뒤 5개월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장 사장은 세일즈앤트레이딩(S&T)와 리테일(개인금융) 부문, 김 사장은 기업금융(IB)와 관리 부문을 맡았다.
장 사장은 ‘개인금융’인 리테일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비대면 전용 투자 계좌 슈퍼365계좌를 중심으로 리테일 부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슈퍼365 계좌를 사용하면 2026년 12월까지 국내·미국 주식과 달러 환전을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그는 2024년 11월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이제는 다른 부문에서 축적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리테일 부문을 새로운 성장의 핵심 축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기업금융과 트레이딩 부문에서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종민 사장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치우쳤던 메리츠증권 기업금융 부문의 영역 확대에 나섰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들어 기업금융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인재들을 모으며 비부동산 기업금융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
2025년 1월에는 기업금융본부를 새롭게 만든 뒤 본부장으로 송창하 전 NH투자증권 상무를 영입했다. 송 전무는 IB 분야에서만 27년을 일한 베테랑이다. 같은 달 ‘IB업계 대부’로 꼽히는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도 메리츠증권 IB(기업금융)부문 상임고문도 메리츠금융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메리츠증권의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에도 이름값 높은 인재들이 자리 잡았다.
미래에셋증권을 인수금융 상위권 회사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김미정 전 BNK투자증권 전무가 메리츠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본부장을 맡았다. 종합금융본부 산하 PE팀은 BNK투자증권 PE부서장으로 일했던 우영기 상무가 책임진다.
김중현 사장은 경영·컨설팅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살려 삼성화재, DB손해보험를 제치고 법인보험대리점(GA) 분야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2024년 삼성화재 2조478억 원, DB손해보험 1조7722억 원에 이어 손해보험업계 3위를 차지했다. 다만 순이익으로 1조7105억 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다가 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순이익 2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현 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2024년은 1위가 되기 위한 힘을 축적했던 한 해였다”며 “2025년엔 1등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