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서 동원산업 부회장은 38년간 동원그룹에 몸담으면서 굵직한 인수합병을 실무적으로 지휘하면서 김남정 회장 체제를 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원그룹>
[씨저널] 동원그룹이 실시한 임원인사에서 박문서 동원산업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부회장은 1987년 동원그룹에 입사해 38년간 그룹과 함께 성장해왔는데 지주회사 체제 도입, 굵직한 인수합병(M&A) 등을 성사시키며 동원그룹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재무·기획 전문가, 동원그룹의 M&A 이끌다
박 부회장은 동원그룹 내에서 대표적 재무·기획 전문가로 손꼽힌다.
특히 동원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체를 실무적으로 추려내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박 부회장은 2001년 선제적 지주회사 체제 도입을 비롯해 스타키스트, 테크팩솔루션(현 동원시스템즈),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 등 동원그룹의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특히 2008년 참치 통조림 회사인 스타키스트 인수는 동원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키스트는 2008년 10월 동원그룹에 인수된 뒤 동원F&B의 기술과 유통구조 개선으로 2010년대 초반까지 매출과 순이익이 증가하며 동원그룹 안에서 주요 계열사로 자리를 잡았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안에서 참치캔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 1조784억 원, 순이익 1204억 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동원산업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에는 실적이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 8억3500만 달러(한화 1조2천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성공적 인수합병의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박 부회장이 보좌한 인수합병 사례들이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23년에는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 단독으로 참여했지만 최종적으로 무산됐고,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맥도날드 인수전의 경우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애착을 가지고 추진했던 사안으로 알려져 박 부회장으로서는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김남정 회장은 2023년 1월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단독참여하면서 “동원그룹이 하는 사업과 연관성을 토대로 신사업 발굴 및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며 “몇 가지 걸림돌이 있지만 맥도날드 인수를 위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히며 인수합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박문서 부회장으로서도 당시 대외적 여건이 동원그룹에 불리했기 때문에 변화의 모멘텀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물가와 환율 변동에 더해 참치 조업에 따른 국제 규제가 강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2023년 3월 동원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인수합병을 통해 동원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최근 인수합병에서 잇따라 빈 손으로 돌아왔지만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15년의 나이 차이를 넘어 박문서 동원산업 부회장에게 신뢰를 주며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 <동원그룹>
◆ 김남정 체제 ‘연결고리’ 박문서, 김남정의 세대 차이를 넘어선 신뢰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평소 “사람을 쓰면 믿고, 못 믿으면 쓰지 말아야 한다”며 “사람을 단기적으로 평가하면 진가를 알 수 없다”는 말을 김남정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강조해왔다.
김남정 회장이 이끄는 동원그룹에서 박문서 부회장이 승진한 배경에도 이런 철학이 녹아있다.
김남정 회장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박문서 부회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젊은 감각과 과감한 투자로 동원그룹의 변화를 이끌고 있지만 동원그룹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이해, 안정적 경영 전략 수립에는 박문서 부회장의 노하우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73년생인 김남정 회장은 1958년생인 박 부회장을 대할 때 세대 차이를 넘어 존중하고 깊은 신뢰를 주고 있다고 전해진다.
젊은 오너에 경영상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경영멘토 역할을 수행하고 김재철 명예회장 시대에서 김남정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남정 회장이 경영전반을 관리했다면 박 부회장은 경영지원을 총괄하는 식으로 보좌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부회장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동원산업에 입사해 자금팀장과 경영관리 실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2001년 동원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함께 당시 식품지주회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로 옮겨 경영관리실과 경영관리본부를 이끌었다.
2018년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22년 동원산업의 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합병을 주도하면서 김남정 회장 체제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