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인수합병에 다시 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동원그룹이 M&A 시장에서 다시금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몇 년간 HMM, 한국맥도날드,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여전히 M&A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김남정 회장의 행보는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 것을 넘어서 동원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복고창신 철학에서 나온 '수평적 인수합병' 전략
“오래된 것에서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복고창신’이란 말처럼 기존 자원과 역량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미래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지름길이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2023년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이 말 속에는 김남정 회장의 경영철학이 녹아들어 있다. 이는 김 회장이 인수합병을 대할 때도 토대가 되는 말이기도 하다.
인수합병은 일반적으로 기존합병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수평적 인수합병'과 전혀 다른 업종을 인수하는 '복합기업 인수합병'이 존재하는데 김 회장은 '수평적 인수합병'에 방점을 찍고 경영을 꾸려왔다.
김 회장이 참치회사라는 기존의 수산유통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수산, 식품, 소재, 물류 사업을 4대 핵심사업으로 꼽고 인수합병을 진행해온 점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김 회장의 이런 경영전략에는 아버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업적을 계승함과 동시에 2세 경영자로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김남정 회장은 지난해 3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지난 50년간 동원그룹을 이끌어온 김재철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하고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갈 것이다"며 "고객뿐 아니라 임직원, 관계사,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지난 10년 간 10여 건의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그룹의 외형을 키워왔다.
◆ 동원그룹 인수합병,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다
김남정 회장은 부회장으로 있었던 10년간 10여 건의 인수합병을 이뤄내면서 계열사 사이 유기적 관계를 정립해 동원그룹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원통형 캔 식품 포장재 제조 사업에서 연관성의 실마리를 찾아 미래 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식품포장용기는 부패를 막기 위해 엄격한 생산공정을 거치는 만큼 안정성을 위한 기술노하우 측면에서 서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동원시스템즈는 2021년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엠케이씨(MKC)를 인수하며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 첨단 소재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또한 충남 아산시에 원통형 배터리 캔 공장을 증설하고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캔으로 꼽히는 46파이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며 2차전지 소재 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조점근 동원시스템즈 대표이사 사장은 2024년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레토르트 식품 포장용기는 내부로 공기가 들어가서는 안되고 외부 환경에 의해 열을 받거나 빠르게 식더라도 안정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배터리 캔과 유사한 목적을 지닌다"며 "동원의 식품 포장재 노하우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배터리 셀 파우치 제조 사업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남정 회장은 앞서 2017년에는 당시 국내 3위 종합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 지분 100%를 KTB프라이빗에쿼티와 큐캐피탈파트너스로부터 4200억 원에 인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김 회장은 당시 참치 가격의 급락과 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수산사업이 부진했던 반면 동원산업의 물류 사업은 호황을 맞고 있는 점을 눈 여겨 봤던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에서도 동원산업이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함으로써 사업안정성 강화와 수직계열화 구축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동원산업이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물류부문에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 제3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동원로엑스 최근 실적을 알아볼 수 있는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1조109억 원, 영업이익은 276억 원으로 파악된다. 2022년보다 매출은 1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6% 늘었다. 비교적 단단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남정 회장은 동부익스프레스 인수합병 이전에는 '포장재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인수합병에 힘을 쏟기도 했다.
동원그룹은 포장재사업을 담당하는 동원시스템즈를 통해 포장재업체인 한진피앤씨, 테크팩솔루션, 탈로파시스템즈, 딴띠엔패키징 등을 인수했다.
김남정 회장 체제에서 이뤄진 일련의 인수합병은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 M&A 재시동과 미래: 김남정 회장의 비전
김남정 회장은 동원그룹의 M&A를 통해 기존 틀을 넘어서는 혁신을 추구하며 시장의 룰을 새로 쓰는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23년 HMM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고 한국 맥도날드 인수전에 단독으로 참여했으며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도 타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 진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며 식품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나 바이오산업 진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동원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은 2024년 6월 기준 1조1천억 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M&A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스타키스트 소송 문제도 마무리 돼 본격적으로 인수합병 작업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호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최근 스타키스트와 관련된 가격담합 관련 소송에서 원고와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2026년까지 합의금 약 3천억 원을 지급하는 등 자금소요가 지속되겠지만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에 기반한 영업현금창출력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동원그룹은 '모든 종류의 단백질 공급'을 목표로 식품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2차전지 소재, 스마트 항만 등 미래 신사업 투자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2014년 동원그룹 부회장이 된 뒤 경영전반에 나서면서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사시키는 한편 매출 6조 원 클럽에 가입한 2018년 뒤 3년 만인 2021년에 7조 원, 2022년에는 9조 원대(동원산업 연결기준 매출) 벽을 넘어서고 있다.
동원그룹은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2017년 이후 7년 만에 매출이 60% 이상 증가했다.
김남정 회장이 이끄는 동원그룹은 M&A를 통해 식품 유통 사업과 미래 에너지 사업 간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 경영 전략은 동원그룹을 '참치 회사'에서 '글로벌 생활산업그룹'으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